산으로 가는구나.

출처 : 구글링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가고 있구나.
며칠전 어떤 상사에게 이력서를 정리해서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나는 신규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는가보다 생각하고,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내 이력서를 수정하기 위해 이력서 파일을 열었다.

파일을 열고 나는 잠시 황당함에 우두커니 모니터만 쳐다봐야 했다.
나는 나의 경력으로 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이제 2년 8개월째로 접어드는 개발자(웹)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길(웹에이전시)로 시작을 해서, 그다지 화려한 경력도 아니고, 내세울 만한 경력도 없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숨기고 싶은 것 또한 없다.
그런데 파일을 열고 내 이력사항을 보니 딸랑 4줄.
경력은 1년이 갖 넘은 새내기로 되어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황당함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나에게 또 다시 지시가 내려졌다.
"자바 경력으로 해서 4년으로 뻥튀기 하시오."

4년? 웬 4년?
경력이라는게 맘만 먹으면 부풀어 지는 풍선이던가? 내가 왜 내 경력을 속여야 되는건지.

난 그 지시에 응하지 않고 이력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몇 분뒤에 독촉을 했다.
나 말고도 다른 동료도 같은 지시를 받았는데, 그 사람은 그나마 4년차 가까이 되어 갔으니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 동료도 VB경력이 그 정도였다. C/S환경의 프로젝트를 지금껏 해왔는데, Java/JSP 소스 조금 만져본걸 가지고 4년으로 뻥튀기를 하라니...

둘이 나가서 담배 한 대 맛있게 피고 들어와서 이래저래 안된다는 방향으로 상사를 설득하기 시작해다.
"Enterprise Portal은 구축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WebDynpro는 모르겠습니다." 등등...

말이 절대 안통했다.
자리에 돌아와 PPT로 내 이력서를 수정하고 있자니 괜시리 화가 났다.
내 경력을 앞뒤 잘라내고 굵직한(클라이언트가 인지도가 꽤 있는) 프로젝트 몇 개 적어놓고, 마치 너가 경력이 모자라서 이런 상황에 처해진거다라는 기분이 들게 한 것도 화가 났고, 수주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인력을 제대로 갖추지도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일단 따내고 보자는 심보로 초보인 나를 생각없이 넣은 것도 화가 났다.

이래저래 속상한 마음에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가서 솔직히 얘기를 했다.
"전 이런식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왜 제가 제 경력을 속이면서까지 들어가야 하는겁니까?"
"하하하. 뭔가 잘 몰라서 그러는가 본데, 원래 이 바닥 다 이렇게 해요."

털썩.
내가 작년 이맘때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이유가 답이 안나오는 기획팀장 하나가 회사 전체를 벼랑 끝으로 몰고가는 모습을 보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그만 뒀는데, 여기도 똑같은거였나?
아... 정말.
진짜로 내가 전공 포기하고 이쪽으로 온게 후회된다.

덧1) 이 회사 들어와서 알았는데, 7년차까지가 초보란다. 쿨럭.
덧2) 그럼 나는 35에 초보 딱지 떼는거군...(응?)
얼마전 이발하기 위해 미용실을 갔을 때 들었던 말
"어머. 탈모 있으신가봐요? 정수리쪽이 많이 허전하네요."
털썩.

며칠전부터 귀가 아프고 진물이 나와 병원에 가서 들었던말
"아니 왜 귀에다가 자해는 하고 그러나?"
털썩.

바로 오늘 귀 때문에 병원에 가려고 의자에서 일어나다 손가락이 쫘~~~악 찢어진...
털썩.

그리고 결정타.
카드사에서 날아온 문자 메세지.
"연체금 빨리 내라".
털썩.

아니... 도대체 금년 한 해 얼마나 빡세게 돌아가려고 초반부터 이모양인지...

덧1) 카드사 별로 분산되어 있는 결제 통장 정리 못해서... 젠장.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이리 일이 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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