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지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아니, 씻고 있느라 못 받아서 내가 전화를 했다.
녀석 취해 있었다.

"임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준호야... 힘들다."
"왜? 너 지금 어디냐. 너 말 안하면 제수씨한테 내가 전화 한다."
"아냐... 하지마."
"..."
"준호야... 세상 사는게 참 힘들다."
"..."

혼자서 술을 마셨단다.
속상하고, 답답해서 혼자 술을 마셨단다.
부모님과 통화를 하고 놀이터에 앉아 펑펑 울었단다.
쌓였던것 전부 울음으로 날려 버리고 싶었는데 반 밖에 못 울었단다.

6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몸이 안좋아 그만 두고, 이리저리 먹고 살 길을 알아보다가 뭔가 시작을 한다고 했었다. 의류업쪽이라 했는데 자세히 알려주질 않아서 그려려니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많이 힘든가봐.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새끼들 때문에 포기 하고 싶어도 포기 할 수가 없단다.
제수씨에게 너무 미안해서 결혼하고 6년만에 융자받아 어렵게 장만할 집을 제수씨 명의로 해줬다고 한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부부인데 대한민국에서는 노력만으로는 안되는게 너무 많은것 같다.

이보게 친구.
내 주말에 내려가겠네. 술 한 잔 하면서 자네 남은 나머지 눈물 같이 흘려 주겠네.
기운내게 친구.
우리 아직 젊어!
까맣게 잊고 지낸 시간이 13년인데, 낮잠에 나온 이유는...
더 웃긴건, 그 꿈을 꾸고 내 기분이 이상했다는것...

다 늙어서 주책이야~


저번 주말경에 담배피고 올라가다가 문득 찍은 회사 밖 풍경.
며칠 동안 이유를 알수 없는 우울증에 시달렸었는데, 무심코 바라본 하늘마저 저러다니...

하는것 없이, 벌어 놓은 것 없이 나이가 먹어 감에 따라.
정말 나에게는 찾아오지 않을 줄 알았던 30대의 인생에 주변의 기대감과 중압감.

더 많이 해드리고 싶은, 더 좋은 것을 드리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왜 이리 현실은 야박한지...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오늘도 열심히'를 외치지만, 퇴근 후 아무도 없는 빈 방에 불을 켜고 들어오면
왜 그리도 쓸쓸하고 죄스러운지...
얼마전 엽기적이라고 여긴 사건이 있었다. SKT 본사로 비씨디 비싼 벤츠를 돌진한 이야기.
얼마전가지 T-Login 베타 테스터로 몇 번 찾아가 보았던 SKT 본사였기에 더욱더 관심이 갔던 사건이었다. 사건 당시와 그 이후 나왔던 기사들은 자세한 내막을 알려주지 못했지만, 서핑을 하다 보게된 아래 두 동영상을 보고는 왜 그 비싼 차로 국내 굴지의 이동통신사 본사 건물로 돌진을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음... 나도 SKT 사용한지 횟수로 7년째 되어 가는데... 이참에 쇼당에 가입할까?



오후에 네이버 뉴스를 보다가 밑에 달린 댓글 하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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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후 내내 저 생각하면서 정신나간 사람처럼 혼자 키드키득 거렸다. :-)
어제 야비군 훈련을 마치고 전철을 타고 집에 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집에 가면 아무도 없구나.'

자취생활 2년차에 접어들면서 이런 생각을 가진적이 없었는데, 왠지 외롭고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 전역 후 여러차례 소개팅 기회가 들어왔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지나온 시간이 6년.
정확히 말해 좋아 하던 친구에게 군입대라는 명분(?)하에 차인지 8년이 됐구나.

너무 오랜기간 연애를 하지 않아, 누구 말대로 연애세포가 죽어 버렸는지 20대 후반즈음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문득 어제. 왜 그런 생각이 들었지?

아무튼, 오늘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친구(女)와 얘기를 하다가 문득 내가 물어봤다.
'야, 좋은 친구 있으면 소개좀 시켜줘라.'
일이 바빴는지, 아니면 황당(?)해 했는지, 대략 2분 정도 시간이 흐른뒤 이런 대답을 했다.
'미쳤냐?'

미쳤냐. 미쳤냐. 미쳤냐...

내가 그리도 허접했나?
이 친구 얘기 해놓고 당황했는지 이래저래 뭔 얘기를 하더군.

애써 변명하는 녀석에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괜찮다고, 됐다고 얘기를 마쳤다.
오늘. 술 한 잔 먹고 싶은 날이다.

덧1) 친구야. 넌 잘못없다.
     잘못이 있다면 허접스러운 자신을 몰랐던 나한테 있는게지.

덧2) 그래. 결심했어. 공부나 하자.
며칠전 어떤 상사에게 이력서를 정리해서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나는 신규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는가보다 생각하고,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내 이력서를 수정하기 위해 이력서 파일을 열었다.

파일을 열고 나는 잠시 황당함에 우두커니 모니터만 쳐다봐야 했다.
나는 나의 경력으로 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이제 2년 8개월째로 접어드는 개발자(웹)이다. 처음부터 잘못된 길(웹에이전시)로 시작을 해서, 그다지 화려한 경력도 아니고, 내세울 만한 경력도 없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숨기고 싶은 것 또한 없다.
그런데 파일을 열고 내 이력사항을 보니 딸랑 4줄.
경력은 1년이 갖 넘은 새내기로 되어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황당함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나에게 또 다시 지시가 내려졌다.
"자바 경력으로 해서 4년으로 뻥튀기 하시오."

4년? 웬 4년?
경력이라는게 맘만 먹으면 부풀어 지는 풍선이던가? 내가 왜 내 경력을 속여야 되는건지.

난 그 지시에 응하지 않고 이력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몇 분뒤에 독촉을 했다.
나 말고도 다른 동료도 같은 지시를 받았는데, 그 사람은 그나마 4년차 가까이 되어 갔으니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 동료도 VB경력이 그 정도였다. C/S환경의 프로젝트를 지금껏 해왔는데, Java/JSP 소스 조금 만져본걸 가지고 4년으로 뻥튀기를 하라니...

둘이 나가서 담배 한 대 맛있게 피고 들어와서 이래저래 안된다는 방향으로 상사를 설득하기 시작해다.
"Enterprise Portal은 구축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WebDynpro는 모르겠습니다." 등등...

말이 절대 안통했다.
자리에 돌아와 PPT로 내 이력서를 수정하고 있자니 괜시리 화가 났다.
내 경력을 앞뒤 잘라내고 굵직한(클라이언트가 인지도가 꽤 있는) 프로젝트 몇 개 적어놓고, 마치 너가 경력이 모자라서 이런 상황에 처해진거다라는 기분이 들게 한 것도 화가 났고, 수주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인력을 제대로 갖추지도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일단 따내고 보자는 심보로 초보인 나를 생각없이 넣은 것도 화가 났다.

이래저래 속상한 마음에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가서 솔직히 얘기를 했다.
"전 이런식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왜 제가 제 경력을 속이면서까지 들어가야 하는겁니까?"
"하하하. 뭔가 잘 몰라서 그러는가 본데, 원래 이 바닥 다 이렇게 해요."

털썩.
내가 작년 이맘때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이유가 답이 안나오는 기획팀장 하나가 회사 전체를 벼랑 끝으로 몰고가는 모습을 보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그만 뒀는데, 여기도 똑같은거였나?
아... 정말.
진짜로 내가 전공 포기하고 이쪽으로 온게 후회된다.

덧1) 이 회사 들어와서 알았는데, 7년차까지가 초보란다. 쿨럭.
덧2) 그럼 나는 35에 초보 딱지 떼는거군...(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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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최민식이었다.

소위 얼짱이라고, 몸짱이라고 하는 배우들이 나오는 그런 어설픈 영화(솔직히 영화라고까지 표현할 필요가 있을까)와는 질적으로 틀렸다.


그냥 봤다.

이해하기 힘든, 너무나 심오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영화의 내용 자체가 너무나 일상적인, 그리고 내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어쩌면 눈물을 훔쳤을 지도 모른다.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최민식이 옛날에 "서울의 달"이라는 드라마에 나왔을 때.

그 땐 최민식도 한석규도 그리 널리 알려진 배우는 아니었던걸로 기억한다.

한석규가 "주홍글씨"에서 저조한(이 또한 개인적인 생각이다) 성적을 보인 반면에 최민식은 올드보이에서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그리고 지금 포스팅하는 "꽃피는 봄이오면"에서의 친근하고 깊은 연기력으로 다시 한 번 내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아. 배우란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게 해준 최민식이 정말 고맙다.

(물론 한석규가 싫다는건 아니다. 한석규도 최민식 만큼이나 정말 훌륭한 배우다)


ps. 눈을 감고,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을 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덧1) 최민식이 사채 광고 찍는 그 순간부터 싫어졌음.
덧2) 네이버 블로그에서 데이터 이전.
얼마전 이발하기 위해 미용실을 갔을 때 들었던 말
"어머. 탈모 있으신가봐요? 정수리쪽이 많이 허전하네요."
털썩.

며칠전부터 귀가 아프고 진물이 나와 병원에 가서 들었던말
"아니 왜 귀에다가 자해는 하고 그러나?"
털썩.

바로 오늘 귀 때문에 병원에 가려고 의자에서 일어나다 손가락이 쫘~~~악 찢어진...
털썩.

그리고 결정타.
카드사에서 날아온 문자 메세지.
"연체금 빨리 내라".
털썩.

아니... 도대체 금년 한 해 얼마나 빡세게 돌아가려고 초반부터 이모양인지...

덧1) 카드사 별로 분산되어 있는 결제 통장 정리 못해서... 젠장.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이리 일이 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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